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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우의 미래의학] 아이의 미래, 의사만이 정답일까
发布日期:2023-12-05 04: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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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 ‘초등학생 의대예비반’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전국 각지에 동일한 이름의 엘리트반이 등장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SKY 캐슬’이란 드라마가 화제가 된 게 불과 5년 전인데 이제는 소위 명문대 진학이 아닌 오로지 의대 진학이 초등학생의 인생 목표로 등장한 사실이 매우 씁쓸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의대생 중 일부는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 포기하거나 일탈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환자와의 대면 진료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도 흔히 간과된다.

예전 대학입시에서 전국 이과 1등을 한 학생은 으레 서울대 물리학과나 전자공학과를 가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같은 인재들의 노력이 모여 우리나라가 첨단 전자산업 및 자동차,박승우의미래의학아이의미래의사만이정답일까: 화학, 건축, 조선업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면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의대 준비 학원 다니는 초등생
적성에 맞는 진로 교육 멀어져
학문 교류가 미래성장 주춧돌
의료와 관련 산업 함께 커가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하지만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연구기관 및 기업체에서 한창 일하던 우수 연구자들이 짐을 싸는 광경이 펼쳐진 후, 안정적인 수익과 높은 사회적 명망을 기대할 수 있는 의대 선호 현상이 깊어졌다. 전국 의대 정원이 다 채워진 다음에야 서울대 공대로 진학하는 의대 쏠림 현상이 2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의대에 들어가려면 재수가 필수가 될 까닭인지 지난 3년간 18개 의대 정시 합격자 중 79%가 N수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심각한 의대 선호현상과 달리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QS(Quacquarelli Symonds)가 최근 발표한 세계 100대 의과대학 순위 내에 국내 의대는 불과 세 학교만이 이름을 올렸다. 국가 총소득이 세계 10위에 오르고 G7 정상회담에 초청받는 등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국내 의과대학은 여전히 이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글로벌 대학 평가 기준은 학계 및 졸업생 평판도, 논문당 인용수, 국제 학술 네트워크 성과 등을 분석한다. 국내 의대는 특히 학계 평판도 및 논문당 인용 수에서 뒤처지며, 의대생에 대한 투자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받고 있다.

국내 상위 인재가 몰린 의과대학들이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의대 입학 과정이 적성과 무관하게 그저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면 되는 교육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의대 커리큘럼도 여전히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영역에 치우쳐 있다. 기초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제약·바이오 산업 등 연계 학문으로의 확장성이 부족하기에 의학계 전반이 의사 개인 역량과 병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 산업계는 인구 구조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미래 핵심시장으로 헬스케어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과학자와 의사가 연계해 새로운 의료기기나 첨단 신약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한발 뒤처지는 취약점을 드러냈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인공지능(AI)도 주목된다. AI는 그동안 전문가 영역으로만 여겨진 의료 분야에서도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여준다. 조만간 의료현장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판단된다.

의학도 이제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한정적 치료를 뛰어넘어 주변 학문과 유기적인 결합하며 새로운 단계로 도약해야 할 때다. 세계 의료계는 그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고 있다. 예컨대 반드시 의사가 아니라도 의료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계가 이러한 도도한 변화에 동참하지 못하면 조만간 기술적 한계에 봉착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자산업 분야에서도 후발주자였지만 새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산업화 단계에서 도약한 저력을 가진 우리가 아닌가. 우수 인재들이 각자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진출해 함께 노력하고, 같이 우대받는 의식의 대전환이 시작된다면 지금도 절대 늦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의사란 직업이 단순히 안정적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환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거룩한 소명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각자 적성에 맞는가를 깊이 고민한 후 의사를 선택했으면 한다. 그리고 의사가 아니더라도 의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첨단과학과 의학 분야의 인재들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는 순간,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 의학은 성큼 다가올 것으로 믿는다.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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